정상적인 인간형태를 갖추기 위해선
무엇부터 해야할까?
언제나 가장 쉬운건 돈 쓰는거고
가장 먼저 내 옷장을 개선하기로 했다
(쇼핑이 세상에서 제일 쉬웠어요)
하지만 나는 돈이 없다 ^_ㅠ
(백수니까요!)
지구를 보호하고 내 지갑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구제샵은 나를 망치고 구원하기 위해서
내게로 왔다...
아름다운 가게를 영접하고...
이 옷값 비싼 이 시대에
옷 한벌에 5,500~12,000원이면
아우터까지도 구입 가능하다는 사실은
두 눈을 번쩍 뜨이기에 충분했다
매일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헌옷들을 보고 있노라면
현대에는 옷을 너무 많이 생산해
환경에 너무 많은 해를 끼치느니
옷의 무덤이라느니
하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사람들은 정말 많은 옷들을
만들고 입고 또 버렸다
그렇게 돌고 돌아 그나마 기부되어서 온
아름다운 가게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득템하려 했지만
그것도 쉬운일은 아니었다
우선 아름다운 가게까지 왔다는건
애초에 오래되거나 유행이 지나거나 해서
왔을수도 있지만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핏'
패션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테일러링'이라는것의
중요성을 난 아름다운 가게에서 깨달았다
사람들이 입지 못하고 버리는 옷에는
처음부터, 그러니까 천을 재단할때부터
인간의 신체를 아름답게 보여주는 그 '선'에서
실패한 옷들도 상당수 끼여있었다
우선 보기에는 상당히 괜찮아 보여도
막상 입으면 선이 엉망인 옷들이
십중팔구이다
상의는 차라리 쉽다
정말 어려운건 하의다
그냥 봐서는 도무지 저 선이
내 신체에 잘 어우러질지 알 수도 없고
상의보다 실패확률이 월등히 높았다
이 험난한 피팅의 세계에서
뒤적뒤적하며 옷을 골라내 사가는
아줌마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옷의 무덤들에서
기어이 자신의 몸에 맞는 녀석을 끌어내서
5,500원에 사가는
가정경제와 환경에 보탬이 되는 모든 이들에게
경외를 보내야만 한다
요즘은 디자이너 브랜드 정도만 되도
뭘 고르든 10만원인 시대다
블라우스도 10만원, 티셔츠도 10만원
바지도 10만원, 이게 최저가다
조금 유명한 브랜드들은 20만원으로 뛰다
대체 다들 무슨 돈으로 옷을 사입고 다니는거지?
이놈의 세상!
나만 빼고 전부 부자야!
나는 오늘도 아름다운 가게와 싸웠다
뒤적뒤적
옷을 입으면서 내 체형의 문제점을 깨달았다
마치 거미처럼 팔다리는 가늘고
배는 마치 링도넛을 하나 감아놓은 것처럼
뱃살이 심각하게 불룩했다
척추측만증이 더 심해져
오른쪽보다 왼쪽 옆구리에 살이 더 많았다
옷을 입으면 옆구리 살이 불룩하니 튀어나왔다
과거 S사이즈였다고?
지금은 L사이즈에 뒷밴딩까지 있어야 간신히 들어갔다
근데 그런 제품들은 아름다운 가게까지 오지 않았다
전략을 선회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상의와 아우터 위주로 공략한다
바지는 쳐다도 안 볼것이며
치마는 짧은기장 A라인 내지는 H라인 베이직만 본다
가끔 택이 달려있는채로 들어온 새제품
내지는 아랫단을 뒤집어 세탁태그가 별로 낡지 않은게
몇번 안 입은 제품이다
기본 베이직 코디에 받쳐입을 용도를
저렴하게 구하는 것도 좋다
매일 아침 문여는 시간에 출근해
그날 새로 세팅되는 행거의 제품만 살펴보도록 한다
(돈을 아끼는만큼 시간을 쓰는 개념이라
너무 많은 시간을 머물지 않도록 한다)
나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겨울한철을 날 하얀색 롱패딩을 11,000원을 주고 사와
울코스를 돌린후 죽어라 팼다
구스다운아, 살아나라!!!
트위드자켓도 하나 샀고
체크무늬자켓도 하나 샀다
종종 니트베스트를 구입하고
청바지 2벌, 청치마 2벌을 구입했다
(이 구매는 하의는 사지말라는 깨달음을 내게 줬다)
모든이들이 뜯어말렸지만
동남아에 가면 위에 걸쳐입고 싶다는 이유로
candy istnaf 라는 브랜드의
인디언셔츠도 구입했다
이제 슬슬
아름다운 가게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나는 다음 사냥터로 향했다